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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너처럼 자식을 키웠어야 했는데.....
    일상 2019. 9. 23. 21:14

    내가 너처럼 자식을 키웠어야 했는데.....

    우리 엄마가 친척에게 들은 말이다.
    갓갓 우리 엄마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백만 퍼센트 있다.
    36살에 전혀 모르는 분야에 취업 준비를 시작한 나를 여기까지 올수 있게끔 만드신 분이니까.

    당시 게임을 오지게 좋아했던 나는 3D 그래픽을 하겠다고 공표를 했을 때 친척분과 우리 엄마는 모이면 항상 각자의 백수 아들들 걱정에 속앓이를 하셨다.
    그리고 국비 지원 교육을 받고 개인 작업을 2년간 하면서 나는 극도의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조울증은 아니지만 업 다운이 심했다.
    그나마 업한게 평소 텐션이고 다운이 되면 주위에 어둠의 그림자를 뿜어낼 정도로 남다르게 우울해했다.
    사실 이런 생각도 많이 했다.

    "씨발 이런 ㅈ같은 세상 왜 살아야 하나", "이렇게 사느니 교통사고 나서 좀 편하게 누워서 보상금 받으면서 지내고 싶다."
    당시 난 미친놈에 가까웠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게 아니고
    건드리면 무조건 텐션 이빠이 끌어올려서 받아버리기 십상이었다.
    너무 죽고 싶었다. 너무 어려운 세상 정줄 놓고 이빠이 빠이 빠이 하고 싶었다.

    정말 간신히 하루하루 개인 작업을 하며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찾아가며 인생을 질질 끌고 갔다.
    그간 모아온 돈도 다 써버렸다.
    호주에서 모아온돈, 생명보험금, 존나 오래 부었던 주택청약 저축.
    맨탈도 실오라기 같았는데 돈도 떨어지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났지만 엄마한테 하소연 한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가게 나오면 용돈 준다고 하셨다.
    난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돈을 받고 살수 있게 해주셨으니 엄마 말을 잘 듣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게에 가서 별것도 아닌 정리들을 하며 생활비를 조금씩 받았다.
    매일 보고용 전화를 드렸다.
    엄마였지만 돈을 요긴하게 잘 쓰고 있고 있다고 
    그리고 다음 주에도 또 달라고 말하기 위해서 착한 아들 모드로 진짜 꾸준히 전화했다.

    하지만 내 안에 미친놈이 하나 있다.
    살짝 거스르면 튀어나와 득달같이 쏴 대고 전화를 끊는 순간 마치 다른 사람처럼 순해졌다.
    우리 엄마가 결혼 이야기할 때, 낚시 그만 다니라고 할 때 그리고 다른 일 하라고 할 때 그 새끼가 튀어 나오는 순간이다.

    아니 직업도 없는데 무슨 결혼 이야기냐고...결혼하고 싸우고 이혼할 거 뻔한데 왜 자꾸 그런 소리 하냐고 소리쳤고
    모든 취미 생활을 취업 때문에 다 버렸고 그나마 일 년에 3~4번 머리 식히러 가는 이런 취미도 하지 말라고 뭔 재미로 사냐고 목청 높여 소리쳤었다.
    난 10가지 이상의 직업들을 체험해봤다.( 아르바이트 포함) 이제서야 맘먹고직업을 택했는데 또 바꾸라고? 난 아마 죽을 때까지 취업 못할꺼야!! 프리랜서 할 꺼야!!(??)~~블라~블라~~


    그런 전화를 끊고 나서 다음날 나는 또 전화를 한다.
    내 안에 그 새끼는 이미 화풀이 다 하고 동굴 안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쉬고 있다.

    난 다시 착한 아들 모드로 돌아와서 "엄마~이번 주에 가도 돼?" 이지랄을 했다.
    그럴 때면 갓마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여쭤봐 주시고 다독여주시고 나를 마음을 치료해주셨다.

    그렇게 3년이 지난 것 같다.
    이제는 자리 잡았다고 하긴 힘들지만 만족스럽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고
    성장하는 곡선이 점점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때 나랑 같이 백수였던 친척 형은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고 건강이 너무 나빠지고 있다.
    이빨이 빠지고 신장이 나빠지고 삶의 목표는커녕 의지 자체가 없어진 것 같다.


    취업을 하고 어느 날 엄마가 그랬다.
    내가 그렇게 소리쳤을 때 정말 무서웠다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 어머니한테 죄송한 눈물 한 바가지를 더 했다.

    예전엔 세상에 대한 원망도 많았고 나 자신만 생각했다.
    지금도 내 위주로 생각하지만 엄마한테 받은 사랑만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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